Bill Gates pitch in 1992
작년 샌프란시스코 Tech Crunch 2023에 참석했을 때, 여러 재밌는 추억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 뇌리에 가장 남는 기억은 행사 이틀날 Chad와 호텔방으로 돌아와서였다. 낮에는 행사를 뛰고, 밤에는 방문객들한테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다 객실에 돌아왔을 때 피로감과 순간의 공허함을 달래려고 텔레비젼을 켰다.
케이블 채널에서 TV 광고들이 나왔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 기획사가 짠 콘티대로 대기업 상품을 주로 광고하는 한국과 달리, 웹사이트에서 조그마한 상품을 파는 회사의 사장들이 직접 나와서 대뜸 자기 이름을 말하고 자기 상품을 설명하는 광고가 줄줄이 나왔다.
Hi. I'm Frank, the CEO of rentaltents.com
Hi. I'm James, the CEO of 수영장천막.com
뭐 이런식이었다.
미국은 상품을 만들어서 직접 홍보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뼈에 새겨진 느낌이었다. 상품을 팔려는 작은 사업가들도 자연스럽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긍정적이고 가치제안에 수긍하면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케이블 TV광고 뿐 아니라, 벽보, 자동차에 부착된 전광판에서 까지 상품을 소개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1992년 Bill Gates의 Windows 3.1 사용법 소개영상에서도 그러한 바이브가 느껴진다.
30년 전 빌 게이츠의 앳된 얼굴, 익살스러운 표정, 피치를 하다가 웃참을 하는 모습이 유쾌하고 귀엽다. 어설픔과 익살이 얼굴에 서린 기업가는 30년 후에 세계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을 일궜다.
한국의 자본시장이나 창업정책은 이제 스타트업을 하는데 있어서 그리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자본주의, 기업가 정신은 부럽다. 처음에 어설퍼도 '뭔가 해보자'는 기업가와 '그래 한 번 해봐'하는 관중들의 사회적 분위기가 좋다.
2024년 한 해가 벌써 2달 가까이 지났다. 한국은 구정부터가 한 해의 본 게임이라는 생각으로, 어설프고 앳되고 익살맞게 열심히 해보련다.